앞서 조카와 함께 다랑쉬오름을 다녀왔을 때를 생각하며 정리를 합니다.
함께 올레코스를 걸어 보고 싶었으나 여행 일정이 짧아 오름을 하나 다녀왔습니다.
🌿 ‘쉬’라는 글이 들어가는 우리말이 또 있을까?
다랑쉬는 높은 봉우리라는 뜻의 고구려 말에서 변형되었을거라고 합니다.
송당의 어느 지역에서 보면 보름달이 다랑쉬 정상 봉우리 위로 떠오르는 걸 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저도 본 적이 없는데 이제는 난개발로 인해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익숙한 듯 아닌 듯 ‘다랑쉬’라는 이름이 외국어처럼의 이국적이고 아름답게 들립니다.
오름 입구에 한자로 월랑봉이라는 이름의 표석도 있지만,
한자보다는 다랑쉬라는 이름이 훨씬 듣기 좋네요.
다랑쉬오름도 따라비오름처럼의 "오름의 여왕"이라고 합니다.
오름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오름이 몇이나 더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렇게 불리지 않으면 섭섭할 건 맞습니다.
이른 아침, 붉은 태양이 떠오르는 장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랑쉬오름 정상에 오르니 멀리 용눈이오름이 보였습니다.
누워 있는 용의 형상처럼 보이는 그 아래로는 녹차라테 같은 초록빛 들판이 펼쳐져 있습니다.
다랑쉬오름을 오르는 경사도는 꽤 가파릅니다.
예전에는 직선으로 가파르게 길을 올라야 했지만,
지금은 안전선을 만들고 지그재그(Z자) 길을 조성해
조금 더 편안하게 오를 수 있도록 정비되었습니다.
이제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다랑쉬오름과 용눈이오름은
제주의 대표적인 명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눈에 보이는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도너츠를 눌러 놓은 듯한 아끈다랑쉬오름이 보입니다.
그 뒤로는 은월봉과 성산일출봉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내고 등 돌리면 한라산이 보입니다.
🌿 한눈에 보이는 제주 동부의 풍경
오름을 보면 이젠 어떤 생명체처럼 누가 누군지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좋습니다.
특별한 취미나 재주가 없는 내게 오름이 친근하게 다가와줘 고맙습니다. 😆
조카가 물었습니다.
"저게 다 오름이예요?"
"그래. 저 작은 산들을 여기서는 오름이라고 불러.
산맥처럼 연결된 것 같지만, 하나하나 각각 개성을 가진 오름들이지."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걷던 중, 조카가 문득 제게 말했습니다.
"삼촌, 감사합니다!"
아마도 조카 역시 제주가 주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동을 받은 듯합니다.
표현을 입 밖으로 하고 안하고의 차이일 뿐 같은 마음이 들것을 압니다.
그 말을 듣고 저 역시 자연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자연이 만들어 준 이 경이로운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
이곳에서 걷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 억새풀로 덮인 아끈다랑쉬오름
다랑쉬오름에서 내려다보니 아끈다랑쉬오름 정상의 억새풀이
마치 갈색 털을 덮어쓴 것처럼 보였습니다.
정상 전체가 억새로 덮여 있어 가을이면 억새가 사람의 키보다 높을 정도로 덮여 장관을 이룹니다.
이번에는 아끈다랑쉬오름에서 다랑쉬오름을 올려다 봅니다.
모자를 비스듬하게 쓴듯한 반항적인 모습이 더 매력적 입니다.
평평한 농지 위로 홀로 불끗 솟아 오른 모습에서 여느 오름에 비해서 웅장함도 느껴집니다.
하산 후, 다시 한번 자연에게 감사 인사를 합니다.
다랑쉬오름이 약간은 등산 느낌이 있지만 아끈다랑쉬오름은 가볍습니다.
두 개라고 하지만 가까이 있어 한 코스로 걷기 나쁘지 않습니다.
여유가 있다면 다랑쉬오름 둘레길도 좋습니다.
언젠가는 도시락을 준비해서 세 곳을 걷고 숲에서 도시락을 까먹은 적도 있는데요.
문득 그때 기억이 좋아 또 생각이 나네요.
🌿 바람을 사진에 담아내는 김영갑
참!! 가까이에 용눈이오름도 있습니다.
동쪽의 오름을 대표하는 "따라비오름, 비치미오름, 용눈이오름, 다랑쉬오름"
모두가 바람을 사진 속에 잡아 넣는 김영갑 작가가 매우 사랑해하던 오름들입니다.
김영갑 작가가 사진 찍을 때는 얼마나 경관이 더 수려하고 아름다웠을까요?
그 부분에서 많이 부럽네요.
그럼에도 여전히 제주는 경이로운 곳입니다.
어쩌다 제주에는 이렇게나 많은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것일까?
차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걸어서 봐야 보이죠.
로키산맥, 그랜드캐년, 나이아가라폭포…
감히 말하지만 이것들은 한방인 것 같다는 생각 입니다.
와!! 하고 보고 돌아서면 그만인 것 같습니다.
오목조목 아기자기 그런 맛이 없는 것 같아요?
좀 셀피쉬한 생각이겠지만
사람 사는 올레길의 다양함과 제주의 368개의 오름은 계절, 날씨, 시간마다 모습을 달리해서
한 번 보면 다시 오르고 싶어지고 새롭게 느껴져 또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감동을 지속적으로 느낄 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즐겁습니다.
먹지 않아도 배부른 듯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나서 느끼는 것처럼
포만감과 흐뭇함이 듭니다. 😊💚
이렇듯 제주의 오름은 하나하나 개성이 다르고 그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언제나 새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