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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문이오름, 황소의 근육 같은 오름을 오르다

by Travelfolder 2025.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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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아침,이불 밖으로 발을 내밀기가 싫습니다.

따뜻한 이불 속에서 1분만! 더 1분만 더! 

 

하지만 막상 일어나 준비를 하고 나서 차에 올라 시동을 거는 순간

이제야 감춰진 행복이 서서히 드러납니다.

 

🌿 오름을 향하는 길, 바람에 춤추는 억새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녘,

창밖으로 옅은 여명의 빛으로 바람에 일렁이는 억새가 반짝이며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순간부터 오름에 도달하기 전부터 이미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 차오릅니다.

 

오늘은 동거문이오름을 갑니다.

보는 방향에 따라서는 거미 형상 같고 낙타 등과 같습니다.

다른 오름에서 봐도 한눈에 딱! 알아볼 수 있죠. 

 

동거문이오름으로 가는 길에는 질퍽한 오프로드가 있습니다.
언젠가 삼춘과 함께 이곳을 갔던 날이 생각나네요. 

 

그때 진흙탕에 차가 빠져 나오지 못하던 상황에서

삼춘은 차에서 내려 진흙탕에 발을 담그고 차를 밀어내어 빠져나왔었습니다. 

 

당시를 떠올리면 어른, 희생, 책임, 도리등이 생각이 납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삼춘과 함께 한 그 시간이 고맙고 소중 합니다.  

 

 

길을 따라 억새가 도열하듯 든든하게 서 있는 문석이오름!

문석이오름을 가볍게 지나 동거문이오름으로 향해 갑니다.

 

🌿  황소의 근육 같은 동거문이오름

 

멀리서 바라본 동거문이오름은 역동적이고 근육질의 황소 허리를 닮았습니다.

오름 입구에서 시작되는 경사길은 꽤나 가파릅니다. 

 

깔딱깔딱 고개를 오르면서 "한 번쯤 쉬어갈까?" 하는 심한 유혹이 옵니다. 

으라차차차 참고 가자!!! 그렇게 오른 정상
"하아~~ 이 맛이지!" 

 

정상으로 가는 길은 외나무다리를 걷는 듯 좁고 경사는 매우 가파릅니다.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에는 기어서 지나가야 할 것 같은 아찔한 외길목입니다. 

 

 

한 번은 길벗 7명과 함께 세 개의 오름을 이어서 걸었습니다. 

 

그때도 동거미오름을 포함해서 걸었는데 정상 외길에서 소떼를 만났습니다. 

반대편으로 건너가야 하는데 소떼로 인해 바로 건너갈 수가 없었습니다. 

 

매우 난처했는데 다행히 피할 수 있는 곳에서는 소를 피해서 한걸음 나아가고  

그럴 수 없는 곳에서는 자리를 내어 주길 기다렸다 지나갔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니 다시 웃음이 나오네요.  

 

오름에 바람길이 많이 있는데 동거문이오름도 바람이 세기로 유명합니다.
동네 지인분과 오름 얘기를 나누던 중 일이 힘들거나 울적할 때면

바람을 맞으러 동거미오름을 찾는다고 합니다.

제겐 그런 곳이 따라비오름 입니다. 😊💚

 

 

어쨌든 그 마음을 잘 알기에 우리는 ‘오름 가는 길을 바람맞으러 가는 길’이라고도 부릅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바람을 시원하게 맞을 수 있는 기회이고 장소이거든요. 

 

오늘은 소떼도 없고 외길을 기어서 갈 정도로 바람이 강하게 불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주도는 언제든 돌풍이 불 수 있어 바람이 좀 있다 싶으면 긴장을 해야 합니다. 

 

🌿 깎아지른 절벽 뒤, 평탄한 황소의 등

 

가파른 오름을 오를 때면 정상에는 뾰족하고 날카로운 절벽만 있을 거라 상상했는데 

그러나 황소의 근육질의 널찍한 등판처럼 완만하고 평탄한 길이 열려 있습니다.

 

정상에 오르면 탁 트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푸른 초원과 멀리 보이는 오름 능선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합니다.

특히, 맑은 날에는 성산일출봉과 우도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함께 온 이들도 모두 감탄을 연발합니다.
"이렇게 멋진 오름이였구나!" 
저 역시 다시 한번 이곳의 매력에 빠져듭니다.

 

"동거문이오름 vs 동거미오름 vs 동검은이오름" 여러 이름으로 불립니다. 

세계자연유산에 오른 거문오름과 구분하기 위해 동쪽의 동거문이고 

퍼져있는 모양이 거미와 같다고 해서 동거미라 하고

동쪽의 검은오름의 동검은이라고도 합니다. 

 

오름의 이름이란 것이 지역의 오름 형태, 모양등을 보고

동네에서 앞산, 뒷산 부르듯 유래되어 사람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르고 정겹고 재밌습니다. 

 

침대 속에서 비몽사몽 하던 이른 아침이 이제는 완전히 맑아졌습니다.

오름은 늘 기운을 차리게 해 주고 맑은 정신을 챙겨 줍니다.

정신은 한 살 더 먹은 듯 성숙해지고 몸은 두 살은 까먹은 것처럼 건강해진 느낌입니다. 

 

동거문이오름은 그저 바람이 센 오름이 아닙니다.
깊고 강한 인상을 남기는 황소 같은 힘과 아름다움을 가진 곳입니다.

바람맞으러 한 번 멋진 풍경을 보러 또 한 번 다시 찾고 싶은 매력적인 오름입니다. 

 

🌿 찾아가는길

동거문이오름은 주차장이 없습니다. 

백약이오름 주변에 주차를 하고 길 건너 찾아 들어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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